2008년 04월 16일
<아라비안 나이트>와 '페니스 디스토피아'
징징대기만 하는 난쟁이, 변성기 목소리가 부담스러운 안경잽이 마법사 이야기보다 정확히 1백 8배 이상 멋진 상상을 펼치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 어느 나라의 왕자, 아름다운 자기 부인이 알고 보니 '요망한 년'임을 알았다. 감히 서방님 몰래 힘 좋은 노예와 매일 살이 타오르는 밤을 보냈었다니. 때려 죽이려고 하지만 부인은 알고 보니 마법사. 남편이 오히려 하반신이 돌이 되어, 평생 의자에 붙어 있을 신세. 부인은 매일 먹을 것은 갖다주지만, 동시에 아직 살로 되어 있는 남편의 윗쪽 몸을 채찍으로 신나게 후려갈긴다. 그리고는 서방님 눈앞에서 노예와 '붕가붕가'. 결국 주인공(돌이 된 왕자는 조연이고, 진짜 주인공은 뜬금없는 모험을 떠난 젊은 왕)이 '요부'와 노예를 모두 죽이고 왕자의 마법을 풀어준다. 그렇더라도 이 이야기가 주는 섬뜩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특히 남자인 나에겐.
하반신이 '돌'로 변한 것이 무얼 뜻하는지는 분명하다. 남성에겐 목숨이나 다름없는 생식기를 노리는 '마녀'의 공포가 먼 옛날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마녀'가 무서운 이유는 단지 남성의 생식기를 못 쓰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편밖에 모르는 '현모양처'와는 달리 '마녀'는 굉장히 '음란'하며, 대개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를 거느린다. 그녀는 결혼과 쾌락을 분리하며, 둘 다 즐기려고 한다. 이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남성에겐 악몽이다. 특히 (나를 포함한) 한국의 '아저씨 정신(실제 아저씨보다는 20~30대, 군대 갖다 온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해당된다는...)'을 가진 남성에겐 더더욱. 우리가 바라는 낙원은 남성만이 섹스의 즐거움을 누리고, 여성은 남성의 '씨'를 받는 통로, 그 씨의 변환 존재를 덥혀놓았다 때 되면 내놓는 '양식장' 일만 열심히 하는 세상이다. 남성은 아내의 '부정'을 감시하기 위해 사회 전반에 촘촘한 감시 장치를 깔아놓고, '순결 교육'이란 이름으로 여성의 마음 속에 스스로 통제 장치를 만들게 한다. 그리고는 안심하고 '진짜 즐거운 섹스'를 즐기기 위해, 청담동 등지의 물 좋은 가게로 '관광'을 가는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선 결혼 자체가 하나의 거래다. '아이 밸 몸'을 살 돈을 버는 직장은 '진짜 사나이'의 필수 능력이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제 앞가림 하는 사내'다. 물론 이 돈은 매매춘을 즐길 돈이기도 하다.
집에나 있어야 할 마누라가 쾌락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바깥으로 뛰쳐나오는 건, 터미네이터가 폭주하거나 '인형사'가 인간 선언을 하는 것보다도 더 끔찍하며 막아야 할 미래다. 문제는 그 '절망의 미래'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 '현모양처'들이 하나씩 자기는 사실 '마녀'이며, 기꺼이 '마녀'가 되겠다고 선포하기 시작했다. 성 소수자(특히 여성에 더 가까운 트랜스젠더, 남성 없이 성교하는 레즈비언 등), 간통, 모부(母父)성 같이 쓰기 운동을 향한 인터넷 속 '사나이'들의 전혀 '사나이답지 않은' 인신 공격과 욕설 밑바닥에서, 이 물리칠 수 없는 현실에 두려워하는 얼굴을 볼 수 있다.

# by | 2008/04/16 13:26 | 기타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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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 남성과 여성의 性, 그 불공평한 게임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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