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28일
<300>, 난 이렇게 본다
서양인들에게 그리스 문명은 '문명의 근원'이다. 정확히는 '서양 문명의 근원'이라고 해야 맞을 터인데! '서양'을 실수로 빼놓은 건지 일부로 빼놓은 건지 알 수 없다. 실수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무의식엔 아직도 서양 문명 우월론이 뿌리박혀 있다는 뜻이다. 서양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까지 서양 철학을 보편된 '철학'이라고 하고 그 반대편에 '매니아'들이나 다룰 '동양 철학(대부분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바라보는)'을 놓는다는 건 우스운 일이다. 우리 문명의 근원이 어떻게 그리스, 로마인가? 더럽고 치사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중국 문명의 자장 안에 있는데도.
정치, 문화사를 살펴봐도 그리스 문명이 한국 문화에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것, 물론 인도, 중동, 중국을 거친 간접 영향이야 있겠지만, 그쯤 되면 이미 '그리스 문명의 영향' 운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게다가 유럽 바깥의 지식인들은 '그리스, 로마-르네상스-유럽'이라는 단순명쾌한 공식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작달막한 도시 국가들을 그렇게 띄워주려고 하는 유럽 지식인과 대중의 태도는 너무나 진지하고, 그래서 더욱 우습다.
하지만 <300>의 '매우 불공평한' 묘사를 보고 화내시는 분들, 옳은 태도지만, 우물 가서 숭늉 찾는 격이다. <트랜스포머>에 너무 큰 걸 바래고, 혼자 '실망'한 진중권 씨와 같은, 필요없는 실망이다. 프랭크 밀러는 원래 그런 만화가다. <씬시티>가 어디 진지한 만화였던가? 밀러의 만화는 그저 재미를 위해 '똥폼'을 잡는 것 뿐이다. 진지함, 주제의식 따위는 애초에 인연이 없다. 그게 바로 그의 만화의 매력이다. <300>의 페르시아 부대는 '영웅'들이 근육을 극한까지 불뚝거리며 싸울 만한 괴물들, 스릴과 복수와 폭력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변태들이어야 했다. 물론 포로까지 죽이는 행태는 똑같을지라도, 우리의 영웅들은 '괴물'을 죽이기에 그들과 다르다(누가 좀비나 오크를 때려 죽였다고 괴로워하겠는가?). <씬시티>에 나온 옐로우 키드, <300>에 나온 크세르크세스 왕은 피가 낭자한 길거리 액션 게임(<파이널 파이트>류의) '최종보스'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영화와 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성인들의 만화고 영화다. 진짜라고 착각한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의 무식한 역사 지식을 부끄러워해야 할 뿐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영화는 얼핏 보면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노력하는 듯한 <킹덤 오브 헤븐>같은 영화다. 몇몇 장면에서 아랍인들을 '무지한 광신도'로 보는 기존 서양인들의 무지한 편견을 벗어난 듯도 하다. 그러나 십자군을 '나쁜 놈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명분을 가졌던 군대'라고 묘사한 건 달라지지 않았다. 십자군은 분명히 모두 다 나쁜 놈들이었다. 광신도고 학살자였다. 물론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왕처럼 아랍인들과 '평화공존(어디서 많이 들은 소리 아닌가?)'하려고 한 사람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자이툰 부대 몇몇 대원들이 아랍인들과 친하거나 아랍 소년에게 '까까'좀 던져줬다고 해서, 그들이 침략군이라는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어쨌든 유감이다). 어설픈 진지함보다는 차라리 <300>처럼 대놓고 오락만을 추구하는 영화, 대놓고 불공정한 태도를 보이기에 속을 사람이 없을 영화가 인류의 정신 건강에 더 나은 건 아닐까?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정치, 문화사를 살펴봐도 그리스 문명이 한국 문화에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것, 물론 인도, 중동, 중국을 거친 간접 영향이야 있겠지만, 그쯤 되면 이미 '그리스 문명의 영향' 운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게다가 유럽 바깥의 지식인들은 '그리스, 로마-르네상스-유럽'이라는 단순명쾌한 공식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작달막한 도시 국가들을 그렇게 띄워주려고 하는 유럽 지식인과 대중의 태도는 너무나 진지하고, 그래서 더욱 우습다.
하지만 <300>의 '매우 불공평한' 묘사를 보고 화내시는 분들, 옳은 태도지만, 우물 가서 숭늉 찾는 격이다. <트랜스포머>에 너무 큰 걸 바래고, 혼자 '실망'한 진중권 씨와 같은, 필요없는 실망이다. 프랭크 밀러는 원래 그런 만화가다. <씬시티>가 어디 진지한 만화였던가? 밀러의 만화는 그저 재미를 위해 '똥폼'을 잡는 것 뿐이다. 진지함, 주제의식 따위는 애초에 인연이 없다. 그게 바로 그의 만화의 매력이다. <300>의 페르시아 부대는 '영웅'들이 근육을 극한까지 불뚝거리며 싸울 만한 괴물들, 스릴과 복수와 폭력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변태들이어야 했다. 물론 포로까지 죽이는 행태는 똑같을지라도, 우리의 영웅들은 '괴물'을 죽이기에 그들과 다르다(누가 좀비나 오크를 때려 죽였다고 괴로워하겠는가?). <씬시티>에 나온 옐로우 키드, <300>에 나온 크세르크세스 왕은 피가 낭자한 길거리 액션 게임(<파이널 파이트>류의) '최종보스'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영화와 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성인들의 만화고 영화다. 진짜라고 착각한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의 무식한 역사 지식을 부끄러워해야 할 뿐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영화는 얼핏 보면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노력하는 듯한 <킹덤 오브 헤븐>같은 영화다. 몇몇 장면에서 아랍인들을 '무지한 광신도'로 보는 기존 서양인들의 무지한 편견을 벗어난 듯도 하다. 그러나 십자군을 '나쁜 놈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명분을 가졌던 군대'라고 묘사한 건 달라지지 않았다. 십자군은 분명히 모두 다 나쁜 놈들이었다. 광신도고 학살자였다. 물론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왕처럼 아랍인들과 '평화공존(어디서 많이 들은 소리 아닌가?)'하려고 한 사람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자이툰 부대 몇몇 대원들이 아랍인들과 친하거나 아랍 소년에게 '까까'좀 던져줬다고 해서, 그들이 침략군이라는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어쨌든 유감이다). 어설픈 진지함보다는 차라리 <300>처럼 대놓고 오락만을 추구하는 영화, 대놓고 불공정한 태도를 보이기에 속을 사람이 없을 영화가 인류의 정신 건강에 더 나은 건 아닐까?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 by | 2008/05/28 12:13 | 영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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